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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1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일본을 방문했다. 다음 날 열리는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왕 주임이 일본을 방문한 것은 2020년 11월 이후 5년 만이다. 2박3일 동안 왕 주임은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1년4개월 만에 열린 3국 외교장관 회의뿐만 아니라 제6차 중·일 경제 고위급 대화를 위해 15개 정부부처 책임자들까지 대동했기 때문이다. 왕 주임은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일본을 향해 "올해가 종전 80주년"이라면서 "역사를 진지하게 돌아보고 직시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러나 왕 주임은 경제 고위급 대화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겨냥해 "일국주의와 보호주의가 만연해 경제와 개인회생연체시 무역, 과학기술이 정치 문제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일 양국이 협력해 세계에 안정을 가져와야 한다"고 했다. 3월23일 일본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오염수에 대한 조사 결과에 문제가 없으면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 재개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3년 8월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자 중국은 대응 조치로 신용카드매출조회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이런 왕 주임의 관계 개선 제스처는 한국에도 취해졌다. 3월22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만난 왕 주임은 한중 간 문화 교류 복원이 국민의 상호이해를 제고하고, 양국 간 실질 협력을 한 차원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이는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이 취해온 한한령(限韓令)을 염두 농협보험설계사 에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이 한한령을 해제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가시화됐다. 3월10일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미키 17》이 중국 전역에서 개봉됐다. 제작 국가는 미국이지만, 중국에도 잘 알려진 봉 감독의 작품이라 큰 관심을 받았다.



3월21일 일본의 이와야 다케 씨티캐피탈 대출조건 시 외무대신(가운데)이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왼쪽), 한국의 조태열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함께 도쿄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Kyodo 연합


중국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더 낫다"
2월22일에는 걸그룹 트와이스가 9년 만에 중국을 찾아 상하이에서 팬 사인회를 열었다. 트와이 특이사항 특기사항 스는 대만 출신 멤버인 쯔위가 한국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만 국기를 들었다고 해서 2016년 초 중국 네티즌들에게 공격당했다. 그 뒤 트와이스는 중국에서 아무런 활동을 할 수 없었다. 심지어 쯔위의 조국인 대만에서 콘서트도 열지 못했다. 또 다른 걸그룹 아이브도 3월20일 상하이에서 팬 사인회를 진행했다. 3월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런 상황을 자세히 보도하면서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저우샤오레이 베이징외국어대 교수는 SCMP 인터뷰에서 최근 한국에 대한 문화 교류 움직임을 중국 정부가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중국은 트럼프가 중국에 압박을 더 가하기 전에 중요한 이웃이자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3월24일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도 주목할 만한 발언이 나왔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성과를 설명하며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더 낫다"면서 향후 한국,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중국의 변화 움직임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나라는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고대 왕국이 한나라에 의해 멸망한 뒤 1000년 넘게 중국의 지배를 받았다. 베트남 독립 이후에도 중국의 역대 왕조는 베트남을 끊임없이 침략했다. 20세기에는 호찌민의 북베트남이 중국공산당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아 프랑스,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1978년 베트남군은 국경 분쟁을 벌이던 캄보디아를 침략해 친중 크메르 루주를 축출했다. 분노한 중국은 이듬해 베트남을 침공했으나, 베트남군의 거센 반격에 막대한 희생자만 남긴 채 퇴각했다.
그런데 지난 2월에 베트남 정부가 놀라운 결정을 내렸다. 중국이 침략했던 국경도시 라오까이에서 하노이를 거쳐 하이퐁까지 이어지는 철도 건설에 중국의 차관을 도입하기로 했다. 철도는 총길이가 391km에 달하고 최대 시속이 160km에 달리는 열차를 운행한다. 예상 사업비용이 203조2310억 동(약 11조5000억원)에 달하는데, 일부 자금을 중국 차관으로 충당하는 것이다. 이는 베트남에서 가장 많은 외국 자본이 투입되는 공공사업이다. 게다가 베트남에서 사용하는 폭 좁은 협궤가 아닌 표준궤로 부설할 예정이라 중국 철도와 호환된다.
중국은 윈난성 쿤밍부터 라오까이와 맞닿은 허커우까지 최대 시속 200km의 고속철도를 이미 건설했다. 2030년 새 철도가 완공되면 중국 철도와 연결되어 양국 간 인력과 물자 이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베트남은 기대하고 있다. 중국과 밀착하는 베트남의 움직임은 무역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지난 10년 동안 베트남의 최대 무역 상대국은 중국이다. 양국의 교역은 2023년 1718억 달러, 2024년 1752억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의 대베트남 수출은 2023년 1106억 달러, 2024년 1140억 달러에 달했다. 베트남은 옛 악연에 연연하지 않고 국익을 위해 중국과의 협력을 공고히 다지는 것이다.
친중으로 돌려세운 베트남에서 얻은 교훈
현 상황은 중국의 끈질긴 구애 공세가 이뤄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베트남과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도 첨예하게 대립했다. 1988년에 중국군은 스프래틀리 군도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베트남군과 충돌을 벌였다. 2014년에는 중국이 파라셀 군도에 석유 시추 시설을 설치하며 베트남 선박과 충돌했다. 그런데 급성장하는 베트남이 동남아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인식한 중국은 유화 정책으로 전환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5년, 2017년, 2023년 3차례나 베트남을 방문했다. 이는 동남아 국가 중 가장 많은 방문 횟수다.
그에 반해 트럼프는 1기 집권 시절 베트남을 방문하지 않았다. 미국 정상으로서는 2023년에 바이든 전 대통령이 7년 만에 방문했다. 이렇듯 중국이 공들이자 지난해에 효과가 났다. 7월에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서거하면서, 8월 집권한 또 럼 당서기장이 첫 해외 방문국으로 중국을 선택한 것이다. 럼 당서기장은 쫑 전 당서기장 밑에서 국가주석을 지냈다. 베트남에서 권력 서열 1위가 당서기장이다. 현재 럼 당서기장은 국가주석을 겸직하고 있다. 럼 당서기장은 중국에서 시 주석을 만나 14개 분야 협정을 체결했다.
그중 하나가 중국, 베트남, 라오스 3개국을 잇는 555km 길이의 철도 건설이다. 라오까이에서 하이퐁까지 철도 건설은 그 일환이라 볼 수 있다. 베트남 사례에 비추어볼 때 한한령 해제를 비롯한 한중 관계 정상화는 시 주석의 방한에 달려 있다. 시 주석은 2014년 이래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만약 10월말 경주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다면 11년 만으로, 그 의미가 상당히 크다. 무엇보다 APEC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시기에 한국에는 새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도 있다. 그렇기에 최근 중국의 움직임이 빨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