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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레틱'/롯데엔터테인먼트


’헤레틱’은 모르몬교 전도에 나선 두 여성 선교사가 어느 집을 찾아가면서 시작합니다. 모르몬교에 관심이 있다며 방문을 신청한 사람이 있었거든요. 비가 억수같이 퍼부었지만 하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데에 고용취업알선 악천후가 어찌 장애가 될 수 있겠습니까. 두 선교사가 벨을 누르니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집주인이 나타납니다. 바로 휴 그랜트. 그의 이름은 미스터 리드(Mr.Reed)입니다. 이 이름을 소리내서 읽어보세요. 미스터 리드, 미스터리드, 미스터리. 그렇습니다. 읽다보면 이름부터가 Mystery가 되는 이 남자. 참으로 친절하게도 두 선교사를 집안으로 초청합니다 안산개인회생 . “어휴, 비도 이렇게 오는데 잠시 들어오지 않으시겠어요?” 휴 그랜트가 미소로 초청하는데 어찌 아니라고 말하겠어요. 감사하다며 집안으로 들어선 두 선교사. 어찌 알았겠습니까. 잠시가 영원이 되고, 빠져나갈 수 없는 핏빛 시험의 늪에 빠지게 된다는 것을.
여기까지 읽으면 짐작하시겠지만, 그 집은 한 번 들어가면 살아서는 다시 나가기 어려 여신금리 운 집이었습니다. 다시 나가고 싶으면 휴 그랜트가 내는 수수께끼에 답을 해야 합니다. 첨엔 몰랐죠. 미스터 리드가 권한 소파에 앉아 두 선교사는 맛있는 블루베리파이 냄새를 맡습니다. 미스터 리드의 아내가 구워서 곧 내온다고 하니, 아, 감사하기도 하여라. 문답을 주고 받다 미스터 리드가 “자, 이제 깨달음의 시간이 왔다”고 말합니다. 첫번째 질문. “일부다처제를 어떻게 생각해요?” 알고보니 미스터 리드는 모르몬교 경전을 두 선교사보다도 더 많이 읽었고, 다른 종교에도 아주 해박했습니다. 일부다처제 질문은 모르몬교 창시자 조셉 스미스의 여성 관계를 비판하기 위해 던진 거였고요. “신의 계시가 인간을 통해 전달되는데 인간이 결점투성이에 죄인에 거짓말쟁이면 어떻게 믿죠?”
당황한 두 선교사를 더 몰아붙입니다. “내가 하나님 아버지를 마음으로 영접하면서 뭘 찾았게요? 알면 알수록 더 모르겠다는 거에요. 종교라는 패스트푸드만 머리에 가득차서 정신적인 영양 결핍이 됐어요. 내가 정말 하기 싫었던 게 유일하게 진실한 종교를 찾는 거였어요. 그런데 운 나쁘게도 찾아냈어요.” 그가 파이를 가져오겠다며 자리를 비운 찰나, 두 선교사 중 한 명은 블루베리파이 냄새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내죠. 어서 빨리 집을 나가려고 하지만, 짐작하시다시피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미스터 리드는 그게 무슨 대수냐는 듯 말해요. “아, 문은 안 열려요. 하지만 가시고 싶을 땐 언제든 가세요.”



영화 '헤레틱'/롯데엔터테인먼트


이후 미스터 리드는 두 개의 문, 즉 ‘믿음의 문‘과 ‘불신의 문’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고 두 선교사를 공포에 몰아넣습니다. 집에 있던 다른 존재도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건 직접 보시고 확인을. 휴 그랜트라는 배우를 표현할 때 해외 언론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charming인데요, 매력적이라는 단어가 악인이라는 단어와 만났을 때 발현할 수 있는 최적의 악독함을 보여줍니다.
특히 자신의 종교관을 설명하는 장광설은 어이가 없어서 솔깃합니다. 부루마블 기억하세요? 부루마블의 미국판이라 할 수 있는 보드게임 모노폴리와 라디오헤드의 ‘크립(Creep)’이 주장의 근거로 등장합니다. 모노폴리는 그보다 앞서 나온 지주게임을 적당히 복붙해서 만들었고, 라디오헤드도 그보다 20년 전에 발표된 홀리스의 ‘내가 숨쉬는 공기(The Air That I Breathe)‘를 베껴서 크립을 만든거라면서, 현재 존재하는 종교는 결국 앞서 나온 여러 신화를 적당히 변형시켜서 퍼뜨린 거라고 주장합니다. 핵심은 변형(iteration). 예수보다 앞서 12월25일 태어난 신은 10명도 넘는다, 그런데 기독교가 잘 변형해서 이야기를 퍼뜨려 신자를 모았다고요. 기독교는 마케팅을 잘해서 신자가 많은 것일뿐이라는 거죠. 참고로, 영화에 나오는 홀리스와 라디오헤드, 라나 델 레이의 표절 소송은 팩트입니다. 홀리스 곡과 라디오헤드의 크립은 법원에서 코드 전개의 유사성이 인정됐고, 라나 델 레이 곡 ‘겟 프리‘도 크립과 유사성이 인정돼 결국 저작권을 나눠가지게 됐습니다. 이 부분을 ‘헤레틱‘이 각본에서 영리하게 활용했습니다.



영화 '헤레틱'/롯데엔터테인먼트


‘헤레틱‘은 결말에서도 자신만의 질문을 던지는데요, 그렇다고 무책임한 열린 결말은 아닙니다. 감독이 생각한 결말은 분명히 있는데 관객에게 생각거리를 주기 위해 여지를 충분히 준 것 같아요. 영화 도입부에서 두 선교사 중 한 명이 나비 얘기를 해요. “죽고나면 나비가 돼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손가락 끝에 앉고 싶다”고요. 그리고 중간에 미스터 리드가 장자의 나비 꿈을 얘기합니다. 내가 나비의 꿈을 꾸는 건가, 아니면 나비가 나의 꿈을 꿈을 꾸는 건가, 이것은 현실인가, 현실처럼 느껴지는 시뮬레이션인가. 관객이 어느 편을 선택해도 답이 될 수 있도록 중의적인 문을 열어뒀습니다.
그렇다면 ‘헤레틱‘에서 휴 그랜트가 말하는 ‘유일하고 진실한 종교‘는 무엇인지, 제가 생각한 결말은 무엇인지 아래 문단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스포가 싫은 분은 여기까지만 읽으세요. 그냥 끝내기 섭하신 구독자 분들을 위해 아래에 사진 두 장 준비했습니다. 휴 그랜트의 배우 인생 40년을 축약한 모습 보시고 나가실게요. 아래 왼쪽 사진은 20대 휴 그랜트, 오른쪽은 60대 휴 그랜트입니다. 참 멋지게 나이든 배우라는 생각이 드네요. ‘헤레틱’ 포스터를 보고 다시 보시면 더욱.



그럼 스포 나갑니다. 휴 그랜트가 질문하고, 두 선교사 중 한 명이 풀어낸 정답, ‘세상 유일하고 진실한 종교’는? ‘통제(Control)’입니다.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는 최종의 궁극적인 힘은 ‘그렇게 믿도록 만드는 힘‘, 통제라는 거죠. 블루베리파이가 구워지고 있다고 믿게 만들고, 그렇게 믿게 만든 사실을 의도적으로 노출해서 알게 만드는 겁니다. 네가 아는 모든 것은 네가 선택해서가 아니다, 네가 선택했다고 내가 믿게 만들었기에 가능했다고 조소하는 미스터 리드. 그는 결국 두 선교사 중 한 명에게 최후의 일격을 당하고, 한 선교사만 살아서 탈출합니다.
이 결말이 너무 뻔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그렇다면 약간 다르게 보시면 어떨까요. 그토록 뻔한 건 그게 ‘나비의 꿈’이라서 그런 거라고요. 사실은 둘 다 죽었고, 둘 중 하나가 탈출의 꿈을 꾸는 것일수도 있죠. 둘 다 죽은 버전은 비관적이고 한 명이 살아남은 버전은 희망찬 버전이라 정반대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저는 둘 중 희망적 결말 쪽입니다. 둘 중 한 명은 살아남은 거 같아요. 기도(praying) 대사 때문이에요. 죽어가던 선교사가 “우리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사정하는 미스터 리드에게 말합니다. “기도의 효과를 실험한 얘기 알아요?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서 한 그룹만 기도를 받게 했어요. 결과는 명확했어요. 효과가 없었거든요. 그래도 서로를 위한 기도는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달라질 게 없다는 걸 안다고 해도요. 잠시라도 내가 아닌 타인을 생각하는 거잖아요. 그게 당신이라도요. 신이여, 지금까지 제게 주신 시련에 감사합니다. 이 길에도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저는 ‘헤레틱‘이 종교의 무용함을 얘기하기보단 내가 아닌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의 고귀함이 세상을 지탱한다는 믿음을 전하는 영화라고 봤어요. 달라질 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 끝내 해내는 건 철저한, 때로는 처절한 인간의 의지가 있어야만 가능하니까요. ‘헤레틱‘은 자신만의 질문을 던지고 관객에게 각자의 답을 찾게하는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롯데시네마 단독 개봉이라 상영관을 좀 찾으셔야할 수 있어요. 그래도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 선택해보시길. 여러분이 선택했다고 제가 믿게 하는 거 아니고요~ 그럼 전 다음 레터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